가난한 자의 허세

가난하고 궁핍한 가엾은 이여,
어찌주제넘게도 하늘의 한자리를 요구하는가.

초라한 오두막이나 통 속에 살고
거저 내리쬐는 햇볕 속이나 그늘진 샘터에 앉아
풀뿌리와 나물로 연명하여
게으르고 학자인 체하는 미덕을 기른다고 해서,
그래서 그러는 겐가.

그곳에서 그대의 오른손은
미덕이 만개하여 풍성한 마음에서
인정 많은 열정을 뜯어내고
본성을 타락하게 하여 감정을 마비시키고 있네.
그리고 고르곤이 했듯이,
활기 넘치는 인간을 돌로 바꾸어 놓는구먼.

우리는 절박함에 따른 그대의 절제나
기쁨도 슬픔도 모르는
부자연스러운 어리석음에서 비롯된
침울한 관계는 바라지 않네.

또한 능동적으로 행한 것이 아닌
마지못해 끌어낸
불굴의 용기도 바라지 않지.

평범한 처지에 만족하는
이 비천한 무리들은
그대의 비굴한 천성과 잘 어울리는구먼.

허나 우리가 위대하다 인정하는 미덕은
용감하고 너그러운 행위, 제왕 같은 기품,
만물을 꿰뚫어 보는 신중함, 한없는 관대함,
그리고 고대로부터 이름이 전해 오지는 않았으나 헤라클레스, 아킬레우스, 테세우스가 보여 준 것과 같은
후세에 귀감이 되는 미덕일지니.

이제 그대가 그토록 꺼려하는 오두막으로 돌아가게나.
그리고 새롭게 밝아 오는 하늘을 보거든,
그 영웅들이 어떤 이들이었는지 알아보도록 하게.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이라는 책에서 인용한 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