껌뻑이다가 - 최정례

느닷없이 너 마주친다 해도 그게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할 것 같다 물건을 고르고 지갑 열고 계산을 치르고 잊은 게 없나 주머니 뒤적거리다 그곳을 떠나듯 가끔 손댈 수 없이 욱신거리면 진통제를 먹고 베개에 얼굴을 박고 잠들려고 잠들려고 그러다가 ...

2월 19, 2018 · Jaejin Jang

단추 - 문숙

장롱 밑에 떨어진 단추 어둠에 갇혀 먼지더미에 푹 파묻혀 있다 어느 가슴팍에서 떨어져 나온 것일까 한 사람을 만나 뿌리 깊게 매달렸던 시절을 생각한다 따스하게 앞섶을 여며주며 반짝거리던 날들 ...

2월 19, 2018 · Jaejin Jang

버려진 종이컵 - 문숙

빈 베치에 앉아있다. 누가 저것의 속을 비우고 입술 자국만 찍고 가버린 걸까 구겨 넣은 꽁초 하나 얼룩진 몸안에 버려져 있다 무너져버린 한 그림자를 품고 한동안 어두웠을 저것 쉽게 구겨지는 것들은 침묵만이 절절한 몸짓인 것을 돌아보면 한 사람의 여정에 스치는 지나간 들꽃이었던 것을 ...

2월 19, 2018 · Jaejin Jang

목숨 - 조정권

마음의 어디를 동여맨 채 살아가는 이를 사랑한 것이 무섭다고 너는 말했다 두 팔을 아래로 내린 채 눈을 감고 오늘 죽은 이는 내일 더 죽어있고 모레엔 더욱 죽어 있을 거라고 너는 말했다 ...

2월 19, 2018 · Jaejin Jang

다시 찾아주시기를 - 김남복

좋은 언변으로도 달콤한 사탕발림으로도 당신을 넘하지는 않으려오 감싸고도는 안개의 정감으로도 따듯한 커피 한잔으로도 당신에게 걸리적거리지는 않으려오 다가서지 않으려오 섣불리 다가서지 않으려오 ...

2월 19, 2018 · Jaejin Jang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를 짙다 - 도종환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들판일수록 좋다. 아무것도 없는 벽지 한 장일수록 좋다. 누군가가 와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 한 가지 빛깔의 여백으로 가득 찬 마음. 그 마음의 한쪽 페이지에는 우물이 있다. 그 우물을 마시는 사람은 행복하다. ...

2월 19, 2018 · Jaejin Jang

경계 - 박노해

경계 - 박노해 과거를 팔아 오늘을 살지 말 것 현실이 미래를 잡아먹지 말 것 미래를 말하며 과거를 묻어버리거나 미래를 내세워 오늘 할 일을 흐리지 말 것 순간의 감정 낭비를 하지 말 것 하지만 숨기지 말고 솔직해질 것 너무 우울한 생각 하지 말 것 안심하여 늘어지지도 말 것 ...

2월 19, 2018 · Jaejin Jang

가난한 자의 허세 - 토마스 커루(Thomas Carew)

가난한 자의 허세 가난하고 궁핍한 가엾은 이여, 어찌주제넘게도 하늘의 한자리를 요구하는가. 초라한 오두막이나 통 속에 살고 거저 내리쬐는 햇볕 속이나 그늘진 샘터에 앉아 풀뿌리와 나물로 연명하여 게으르고 학자인 체하는 미덕을 기른다고 해서, 그래서 그러는 겐가. ...

12월 23, 2017 · Jaejin Jang

만약에(If) - 러디어드 키플링(Rudyard Kipling)

만약에(If) -러디어드 키플링 만약 모두가 이성을 읽고 너를 탓할 때 냉정을 유지할 수 있다면 만약 모두가 너를 의심할 때 네 자신을 믿고 그들의 의심마저 이해해줄 수 있다면 ...

12월 23, 2017 · Jaejin Jang

소망(진정 바라는 것) - 맥스 어만(Max Ehrmann)

진정 바라는 것 -맥스 어만 소란스럽고 바쁜 일상속에서도 침묵 안에 평화가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포기하지 말고 가능한한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도록 하십시오 조용하면서도 분명하게 진실을 말하고 어리석고 무지한 사람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이십시오 그들 역시 할 이야기가 있을테니까요 ...

12월 23, 2017 · Jaejin Ja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