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베치에 앉아있다.
누가 저것의 속을 비우고
입술 자국만 찍고 가버린 걸까
구겨 넣은 꽁초 하나
얼룩진 몸안에 버려져 있다

무너져버린 한 그림자를 품고
한동안 어두웠을 저것
쉽게 구겨지는 것들은
침묵만이 절절한 몸짓인 것을
돌아보면
한 사람의 여정에
스치는 지나간 들꽃이었던 것을

비바람이 단풍나무의
중심을 흔들며 지나간다
버릴 수 있는 것도 사랑이다
가슴에서 조용히 잎이 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