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편지를 쓰는 밤 - 정해종
당신이 마련하신 기쁨과 고통의 행사에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미 몇 명이 다녀가셨다지요 꽃을 준비하지 못하건 시들지 않는 기쁨을 선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
당신이 마련하신 기쁨과 고통의 행사에 초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미 몇 명이 다녀가셨다지요 꽃을 준비하지 못하건 시들지 않는 기쁨을 선사하고 싶어서였습니다 ...
사는 게 별거겠니 추억하며 잊어 가는 일 죽고 싶다가 살고 싶은 일 감정의 시소 타며 하늘 보는 일 사는 데 가장 큰 고통은 욕망이야 나를 안아 줘 안전벨트처럼 안아 줘 불안한 술잔처럼 기울지 않게 돈 걱정과 죽음에 짓눌리지 않게 나를 잡아, 나를 놔 자, 우린 일하고 깨치며 가야지 네 입과 내 입에 사랑의 떡을 넣고 입 깊숙이 슬픔 들끓게 내버려 두고 쌀과 물을 사름들과 나누고 오늘은 다르게 살기 위한 시도잖니 ...
진심으로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저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해주십시오 바쁘다는 것을 핑계로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지 않아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고 사소한 일로도 쉽게 의기소침해지는 저를 봅니다. ...
매일 만나는 사이보다 가끔씩 만나는 사람이 좋다 기다린다는 것이 때로 가슴을 무너트리는 절망이지만 돌아올 사람이라면 잠깐씩 사라지는 일도 아름다우리라 너무 자주 만남으로 생겨난 상처들이 시간의 불 속에 사라질 때까지 헤어져 보는 것도 다시 탄생될 그리움을 위한 것 ...
첫눈에 혹해서 첫눈에 홀딱 반하여 첫눈에 몸과 맘 다 빼앗겨 첫눈에 넋을 잃으니 첫눈에 슬픔뿐이다.
나의 모든 사랑을 가져가십시오 사랑하는 이여 그 모두를 그렇지만 그대가 이전까지 가지고 있던 것 외에 무엇을 더 얻을 수 있을까요? 참된 사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기에… ...
나는 모험을 하고 있어요 당신을 사랑하려는 나는 그걸 알아요 그래서 겁도 나구요 그래도 그만두지는 않겠어요 당신에게서 그토록 많은 것들을 알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당신을 보낼 수 없어요 ...
느닷없이 너 마주친다 해도 그게 무엇인지 알아채지 못할 것 같다 물건을 고르고 지갑 열고 계산을 치르고 잊은 게 없나 주머니 뒤적거리다 그곳을 떠나듯 가끔 손댈 수 없이 욱신거리면 진통제를 먹고 베개에 얼굴을 박고 잠들려고 잠들려고 그러다가 ...
장롱 밑에 떨어진 단추 어둠에 갇혀 먼지더미에 푹 파묻혀 있다 어느 가슴팍에서 떨어져 나온 것일까 한 사람을 만나 뿌리 깊게 매달렸던 시절을 생각한다 따스하게 앞섶을 여며주며 반짝거리던 날들 ...
빈 베치에 앉아있다. 누가 저것의 속을 비우고 입술 자국만 찍고 가버린 걸까 구겨 넣은 꽁초 하나 얼룩진 몸안에 버려져 있다 무너져버린 한 그림자를 품고 한동안 어두웠을 저것 쉽게 구겨지는 것들은 침묵만이 절절한 몸짓인 것을 돌아보면 한 사람의 여정에 스치는 지나간 들꽃이었던 것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