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청했습니까, 창조주여, 흙으로 나를 인간으로 빚어달라고?
제가 애원했습니까, 어둠에서 끌어올려달라고?
- [실낙원]

우선, 저번에 읽었던 소풍을 빌려 드립니다는 너무 가벼운 소설이라
‘역시나 고전 소설을 읽어야겠다’ 라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찰나에 프랑켄슈타인을 추천받았습니다.

어릴 때 주말에 봤던 두치와 뿌꾸라는 만화가 있는데 거기에 몬스라는 캐릭터가 나오거든요. 몬스도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만든 인조인간입니다. 만화라서 희화화된 것이지만 그 만화가 오버랩되면서 ‘이 책이 그 캐릭터의 원작이겠구나’하는 호기심과 함께 읽었습니다. 소설의 역사적으로도 상징적인 책인데 최초의 SF 소설입니다.

스토리는 간략히 적으면, 프랑켄슈타인 박사가 괴물(괴상한 인간)을 창조하고, 그 창조의 대가를 책임지지 않아서 발생하는 사건들과 그 끝입니다.

읽으면서 괴물이 참 안 됐더라고요. 괴물은 이름도 없습니다. 프랑켄슈타인은 괴물을 만든 사람의 이름일 뿐…

책을 펼치면 처음에 나오는 문구를 상단에 적어놨는데, 괴물의 심정을 대변하는 문구가 아닐까 싶습니다.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괴물의 요구는 아주 합리적이고 상식적이면서도 배려까지 있어요. 하지만 그 요구를 대의가 있는 듯, 옳은 일인 듯, 고상한 이유가 있는 듯 끝끝내 들어주지 않는데요, 자신의 창조주에게 최소한의 요구/권리마저 거절당한 괴물이 빡 도는건 이상할 게 없죠.

귀족 집안이 배경이라 말투에서 약간 거리감이 느껴지지만, 자세한 심리 묘사와 풍부한 표현들이 정말 대단해요. 특히나 괴물의 입장에서 구구절절 이야기하는 파트는 ‘작가가 괴물이 되었나?’, ‘진짜 괴물이 존재해서 인터뷰를 했나?’, ‘직접 들었나?’ 싶을 정도로 너무 잘 적었고 번역되어서 괴물의 심정을 듣는 느낌으로 읽었습니다. 이 정도로 소설의 인물에 몰입해서 쓰려면 작가님은 엄청난 F가 아니었을까 생각합니다.

또 프랑켄슈타인과 괴물의 대립을 어떻게 되면 외부로 표현된 “옭은 일” vs “그른 일”, “선” vs “악"의 대립이라고 보았는데, 이렇게 심오하게 생각할 필요 없이 단순히 본인이 저지른 일에는 책임을 지는 게 맞구나 라는걸 느꼈습니다.

저도 아직 안 봤지만 최근에 드라마로도 올라왔던데,
책도 충분히 재밌으니 심심할 때 시간 써도 아깝지 않을 책입니다.
추천!